스타트업 오르아트의 대표들은 모두 플루티스트(Flautist)다. 박승은 공동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플루트를 전공한 음악가다. 예술중학교부터 예술고등학교, 음대, 유학 코스를 밟아왔다. 박설란 공동대표는 피아노도 배운 적 없는 제주도 태생이다. 학창시절엔 선생님을 꿈꿨고, 고등학교 관악부에 들어가면서 ‘음악’을 만났다. 합주하는 것이 행복해 음악으로 진로를 정하면서 부모님 반대에도 부딪쳤다. 하지만 늦게 시작한 만큼 노력을 했고, 사회생활을 일찍 하게 되면서 대학시절 만난 스승덕분에 공연을 만드는 과정도 어깨너머로 배우게 됐다. 같은 악기를 연주하고 있지만,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셈이다. 둘의 만남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인터넷 음악사이트에 재능기부연주를 하기 위한 연주자 모집의 글이 올라왔고, 뜻이 모인 연주자들로 재능기부단체 ‘오르앙상블’이 창단됐다. 박설란 대표와 박승은 대표는 그곳에서 처음 만났다. 그 후 가치관이 통했던 그들은 함께 ‘오르아트’를 창업하게 됐다. 오르아트는 현재 클래식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청년예술가들이 모인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클래식 음악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클래식콘텐츠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18일 서대문구 사회적경제마을센터에서 오르아트를 이끌고 있는 박설란(이하 설), 박승은(이하 승) 공동대표를 만났다. 오르아트는 언제 시작하게 됐나. 설: 2013년에 재능기부 목적으로 음악가 10여명이 인터넷에서 모였다. 그렇게 ‘오르앙상블’을 창단해 재능기부 공연을 하게 됐다. 그러다보니 연주를 통한 즐거움을 잊지 않으면서 돈도 벌 수 있는 사업을 생각하게 됐다. 보통 클래식 음악은 어렵다고 여기는데, ‘관객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클래식 음악 콘텐츠를 만들면 어떨까’라는 고민이 생겼다. 결국 구체적으로 사업화를 시작했고, 지난해 7월 개인사업자를 등록했다. 올해 3월엔 한국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어 현재 서대문구 사회적경제센터에 입주해있다. 사업을 준비하면서 어떤 난관이 있었나.승: 모두 음악을 하는 사람들, 예술가라서 경영에 대해 잘 모른다. 막상 사업을 시작해보니 아는 게 없었다. 회사를 경영하는 것은 돈 계산이 전부가 아니다. 경영지식이 없다보니 멘토 자문을 받아도 어떤 질문을 해야 할지 몰랐다. ‘경영대학원이라도 다시 가야 하나’ 생각했다. 구성원 모두 음대 졸업생으로 구성됐다고 들었다. 어떻게 모이게 됐나.설: 현재 한국의 클래식 분야는 수요와 공급이 맞지 않아 많은 음대 학생들이 졸업하고 직장을 가지기가 어렵다. 예전에 비해 음악레슨마저도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음악을 잘하고는 싶은데 일을 구할 상황이나 여건이 안되다 보니 몇 년이 지나면 지쳐버린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음악을 통해 무대의 즐거움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함께 연주할 사람들을 찾고 핵심가치를 공유했다. 그러다보니 핵심가치가 맞는 사람들끼리 오르앙상블을 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오르아트는 자생적으로 실내악단체를 키우기 위해 오르앙상블과 함께하고 있다. 그렇다면 오르아트가 추구하는 것은 무엇인가. 사업 초기에 세운 목표가 있을 것 같다. 설: 처음엔 공연을 많이 해보자가 목표였다. 다수의 공연들을 가져오는 게 우선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가져온 공연은 몇 개 안된다. 막연한 목표는 오히려 달성이 힘들다. 하지만 올해 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고 사업을 진행해 나가면서, 점점 우리의 정체성에 대한 방향을 잡게 됐다. 단순히 음악만을 표현하는 클래식이 아닌 새로운 컨텐츠를 기획하고 구조화된 공연을 무대에 올려 관객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그 결과 지난해보다 매출이 7배가 올랐다. 항상 이렇게 오를 순 없겠지만, 탄탄한 초석을 쌓고 있는 과정인 듯하다. 서울시민청 클래식대표, 청년도전프로젝트, 서울문화재단 사업 등 많은 육성프로젝트에 선정됐다고 들었다. 승: 서울문화재단에서 선정된 사업은 오는 21일 열리는 ‘클래식이 초대한 미술가’라는 공연이다. 단순히 클래식과 미술을 콜라보레이션하는 것보다 피카소, 고흐 등 전설적인 화가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현대작곡가가 그 이야기에 작곡을 했고, 영상과 함께 어우러져 작품 한 편이 만들어진 셈이다. 컨텐츠면으로서는 무척 뿌듯한 사업이었다.두 번째 청년도전프로젝트는 서대문구에서 청년들의 도전을 위해 기획된 사업이다. 여기에 오르아트는 클래식음악과 동화를 접목한 콘텐츠를 기획했다. 클래식 음악 사이에 동화를 들려주기도 하고, 악기가 동물 울음소리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때 서대문구 도서관에서 만65세 이상의 어른신들을 대상으로 ‘실버스토리 사업’을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이 공연을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 기획안을 제출했다. 결과적으로는 청년도전프로젝트사업에 1등으로 뽑혀 8월부터 각 구립도서관에서 공연을 시작하게 됐다. 인상깊었던 공연이 있다면. 설: 클래식동화구연 콘텐츠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공연콘텐츠를 만들 때 어떠한 환경에서도 할 수 있게 탄탄한 구성을 만들어 놓는다. 이제 클래식과 동화구연 콘텐츠도 각 구립 도서관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2년 전 공연도 인상깊은 경험 중 하나다. 한 재단에서 결혼이주여성을 위한 공연을 부탁했다. 당시 제일 먼저 와닿은 것은 ‘그들이 한국에 정착한 후 고향 노래를 듣기 힘들다’고 토로한 말이었다. 그렇게 오르아트는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무대에 섰다. 그리고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위로가 됐던 한국노래, 또는 음악들을 그분들과 함께 공연했다. 그분들에게 ‘꿈의 무대’를 만들어 주어서 감사했다는 말이 아직도 인상이 깊다. 주로 어떤 방식으로 공연 및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나. 승: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회의한다. 영상과 포토샵 등 개발적인 부분은 내가 담당한다. 박설란 대표는 갖고 있는 공연기획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다른 공연기획사와는 달리 홍보영상, 포스터는 자체적으로 만든다는 것이 차별점이다. 우리는 연주자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연주자에게도 공연 기획 자문을 구하고 더 나은 점을 함께 고민한다. 자기 의견을 담은 공연이라 연주자들도 더 신나게 공연을 하게 되고, 관객들도 즐거워한다.스타트업도 이익을 창출해야 하지 않나. 지금도 재능기부 공연을 하고 있나. 설: 재능기부에 대해 많은 분들이 오해하고 있는게, 공짜 연주가 재능기부라고 생각한다. 타의에 의해서 재능기부를 강요당한다면, 그건 ‘재능갈취’다. 정말 우리가 순수하게 연주기부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본인의 연주를 통해 우회적으로 기부를 끌어낼 수 있는 것 또한 예술가들의 재능기부라고 생각한다. 기부를 끌어낼 수 있도록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보여주는 것이다. 오히려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는 청년예술가들이 많다. 심지어 우리 오르아트도 재능기부 공연을 요청받는다. 우리는 크라우드 펀딩 등 우리 공연으로 말미암아 기부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편견이 많다. 어렵고 지루한 음악이라는 편견을 어떻게 극복하나. 승: 클래식 음악이 지루하다는 편견은 공연이 ‘청각’으로만 이뤄져 있기 때문이다. 관객들 입장에서는 연주자들만 보려니 눈이 심심한거다. 클래식 애호가가 아닌 이상 이해도 쉽지 않다. 우리는 클래식에 동화구연이나 미술 등 시각적 요소를 접목시킨다. 빔프로젝트도 활용한다. 일각에서는 그게 무슨 클래식이냐고 할거다. 그러나 대중들이 찾고 들어야 클래식도 활성화된다고 생각한다. 설: 클래식은 재연예술이다. 연극, 영화와 다르다. 모짜르트, 베토벤같은 천재작곡가들이 당시에 잘나갔을 것 같지만 풍족했던 예술가는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는 흥미롭다. 예를 들어 모차르트의 ‘작은 별’은 어머니를 추모하고자 쓴 곡인데, 우리는 동요로 알고 있다. 이런 익숙함 속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전한다면 관객들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게 오르아트가 단순히 연주만 하는 것이 아닌, 곡을 해석하고 표현하는 이유다. 올해 목표는. 설: 올 겨울에는 제주도 지역단체에 콘텐츠를 선보일 계획이다. 먼 지방으로 내려가는 게 처음이라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겠다. 9월에는 플래시몹, 합주지휘체험을 활용한 관객소통 프로젝트를, 11월에는 클래식과 과학이 접목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다. 올해엔 일단 따낸 사업들과 콘텐츠 두 개를 무사히 선보일 예정이다. 그렇게 2년 후에는 클래식콘텐츠를 이용해 교육으로도 접목시킬 생각이다. 나중에는 한국의 미(美)를 접목한 클래식콘텐츠도 개발해서 해외 시장에도 진출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소규모 예술 단체들을 많이 활성화시키는 게 목표다. 단체가 자생력이 있어야 그를 통해 많은 예술가들이 상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꼭 대형무대나 오케스트라가 아니라도 콘텐츠를 통해 청년예술가들이 적절한 경제적보상과 동시에 무대를 통한 즐거움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돕고 싶다. © 시사저널e - 온라인 저널리즘의 미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차여경 기자(chacha@sisajourna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