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아트의 콘텐츠를 통해 예술가는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대중은 즐거운 문화생활을 누릴 수 있었으면 해요. Q.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희는 주식회사 오르아트의 공동대표 박승은(좌), 박설란(우)입니다. Q. ‘오르아트’는 어떤 단체인가요? 오르아트는 현재 클래식음악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청년예술가들이 모인 스타트업이며, 클래식을 기반으로 새로운 개념의 클래식콘텐츠를 만드는 청년예술사업단체입니다. Q.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셨나요? 현재 한국에서는 클래식 시장이 매우 위축되어있는 상황이에요. 수요는 한정적인데, 한 해 졸업하는 음대 학생들의 수만 8만 여 명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학생들이 3%도 안 되죠. 나머지는 모두 결혼식과 같은 행사 혹은 음악레슨을 하면서 사는 경우가 많아요. 예전에 비해 음악레슨마저도 수요가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고요. 저희도 음악을 공부한 연주자 출신으로서, 이처럼 청년 예술가가 설자리가 없는 상황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되었어요. 그러다 ‘우리의 공연을 우리가 직접 기획해보는 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오르앙상블’이라는 클래식 재능기부 단체를 만들었죠. 그런데 열심히 공연을 준비해도 관객을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았어요. 이렇게 ‘관객이 왜 오지 않을까’ 고민하다가, 이 문제는 공연 각각의 문제라기보다는 좁은 한국 클래식 시장 자체의 문제라는 점을 깨달았어요. 클래식이 지루하고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 때문에 관객들이 더 이상 클래식 공연을 찾지 않는 거죠. 그렇다면 어떻게 대중에게 클래식을 잘 어필할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그러다 ‘관객 지향적인 공연’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됐어요.관객들이 듣고 싶어 하는 곡을 연주하면 관객들도 마음을 열고 우리의 연주를 들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하게 된 거죠.그리고 그 방식은 ‘콘텐츠’였어요. 다른 장르와 융합하여 새로운 개념의 클래식 콘텐츠를 만들고, 클래식을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고자 했죠. 이 점을 저희의 핵심적인 가치로 삼고 공연을 기획했어요.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4년 간 조금씩 발전해오다 저희 둘이 따로 ‘오르아트’라는 이름으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Q. 사업을 시작할 때 정한 오르아트의 지향점이 있을 것 같아요. 저희는 청년예술가의 자생을 꿈꿔요. 현재는 클래식 시장이 너무 좁기 때문에 청년 예술가들이 졸업하고 나아갈 수 있는 길이 매우 한정되어 있어요. 따라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취직에만 몰리게 되고요. 이렇게 많은 청년 예술가들이 음악을 잘 하고는 싶은데 지속할 여건이 안 되다 보니 몇 년이 지나면 지쳐버려요. 재능 있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능력을 맘껏 펼치지 못하는 상황이죠. 또한 음악을 계속한다고 하더라도, 음악만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어려워요. 공연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재능갈취’를 당하고 있죠.그래서 저희는 오르아트의 콘텐츠를 통해 클래식 시장이 좀 더 커져서 그로 인해 청년 예술가들이 적절한 경제적 보상을 받고, 무대의 즐거움을 잊어버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이를 위해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오르아트의 목표예요. 또한 이렇게 예술가들의 자생력이 커지면 대중들도 클래식을 향유할 기회를 더 많이 가지게 되는 선순환이 이어질 것이라 생각해요.Q. 진행하시는 다양한 프로젝트와 관련하여, ‘대중과 소통하는 클래식’을 위한 노력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클래식은 성악곡이 아닌 이상 가사가 없기 때문에 관객들 입장에서 한번만 듣고는 이해하기가 힘들어요. 단순히 연주만 한다면 관객들과 소통하기가 힘들죠. 그래서 저희의 클래식콘텐츠는 단순히 ‘음악’ 그 자체만을 표현한다기보다 종합적인 체험을 제공해요.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적 요소를 삽입하는 등 클래식 음악을 다양하게 표현하는 거죠.올해는 특히 저희가 한국사회적기업 육성사업에 선정되면서 한 해 동안 지속적인 지원을 받아 여러 콘텐츠를 쇼케이스에 올릴 예정이에요. 그 밖에도 서울시민청 클래식대표, 청년도전프로젝트, 서울문화재단 사업 등 많은 공연사업들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그 중 서울문화재단에서 선정된 사업은 지난 21일 마무리한 ‘클래식이 초대한 미술가’라는 공연이에요. 단순히 클래식과 미술을 접합시킨 것이 아니라 피카소, 고흐 등 전설적인 화가의 비하인드 스토리에 초점을 맞췄고 현대작곡가가 그 이야기에 작곡을 했죠. 이 이야기와 음악에 영상도 함께 삽입하여, 새로운 작품 한 편을 만든 셈이었어요. 또 다른 청년도전프로젝트는 서대문구와 협약한 사업으로, 클래식음악과 동화를 접목한 콘텐츠에요. 클래식 음악 사이에 동화를 들려주기도 하고, 악기가 동물 울음소리를 표현하기도 해요. 원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콘텐츠였으나, 이 공연을 어르신들과 함께 하면 더 의미 있지 않을까 생각해 서대문구 도서관에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실버스토리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8월부터 각 구립도서관 및 공공센터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에요.Q.어떤 과정을 통해 공연이 기획되나요? 오르아트는 2013년에 재능기부를 목적으로 창단한 10여명의 ‘오르앙상블’과 함께하고 있으며, 3명의 작곡가와 협업관계를 맺고 있어요. 이렇게 협업관계에 있는 작곡가, 연주자들과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회의하며 공연을 기획해요. 매년 초 정기회의를 통해 다음 공연에 대한 큰 주제를 함께 공유하고 작곡가들은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작곡을 시작하죠. 그와 동시에 오르아트에서는 구체적인 프로그램과 공연콘텐츠를 개발하고 영상, 홍보물 등을 제작·디자인하며 홍보 계획을 순차적으로 진행해요. 다른 공연기획사와는 달리 직접연주를 하고, 홍보영상, 홍보물을 자체적으로 개발한다는 것이 차별점이에요. 저희는 공연을 할 때 관객뿐만 아니라 연주자도 즐거워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연주자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공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요. 공연 기획 아이디어, 개선방안 등 기획 단계부터 구성까지 함께 고민하죠. 이렇게 자신의 의견을 담은 공연이다 보니 연주자들도 더 적극적으로, 더 신나게 공연을 하게 돼요. 누군가 만들어 놓은 공연을 연주만 하는 것과는 다르죠. 결과적으로 연주자들의 이런 적극적 태도가 관객들까지도 공연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아요. Q. 기존 클래식 공연의 형태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연주자로서의 고민은 없었나요? 클래식 문화를 깨는 것이 아니라, 쉽게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해 주셨으면 해요. 다른 장르와 융합했다는 점 때문에 얼핏 보면 저희 무대가 클래식이 아니라고 오해를 하실 수 있어요. 그런데 저희 음악이 클래식이 아닌 건 아니에요. 어떤 공연을 만들든 저희의 기반은 결국 클래식이거든요. 단지 좀 더 대중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콘텐츠화’시켜 전달한다고 봐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또한 아까 언급했듯이, ‘관객 지향적인 공연’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핵심 가치에요.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씩 열면 우리가 진짜 하고 싶은 곡도 조금씩 들려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이 가치를 단원들과 공유하고, 공연을 만들 때나 의사결정을 내릴 때 항상 기준점으로 삼기 때문에 공연에 대한 괴리감은 없어요. Q. 인상 깊었던 공연이 있다면 이야기해주세요. 첫 번째로는 클래식 동화 구연 콘텐츠가 기억에 남아요. 공연장 입장이 어려운 미취학아동들을 위해 만든 공연으로, 집중력이 낮은 어린아이들을 위해 어린이방송배우를 섭외하고 악기를 동물로 표현하는 등 여러 가지 시청각적인 요소를 배치했어요. 어떠한 환경에서도 공연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하고 탄탄한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뿌듯했죠.또한 2년 전 한 재단의 요청으로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한 무대 역시 인상 깊었어요. 그 분들이 ‘한국에 정착한 후 고향 노래를 듣기 힘들다’고 토로한 말이 정말 와 닿았죠. 한국이라는 또 다른 고향으로서 그 분들에게 위로가 되고자 한국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위로가 됐던 한국노래, 음악들을 그분들과 함께 공연했어요. ‘꿈의 무대’를 만들어 주어서 감사했다는 그분들의 말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요.Q. 앞으로의 바람은 무엇인가요? 올해엔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과 콘텐츠 두 개를 무사히 선보일 예정이에요. 그리고 2년 후에는 클래식콘텐츠를 교육에도 접목시킬 생각이에요.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더 많은 예술가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도록 저희의 콘텐츠를 통해 클래식 시장을 좀 더 키우고 싶어요. 청년 예술가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클래식에 대한 수요가 뒷받침되어주어야 하니까요. 그러기 위해서 저희는 소규모 실내악 단체들을 활성화시키고 싶어요.클래식 하면 대형 오케스트라를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대형 공연이 아니더라도 소규모 실내악 단체들을 활성화시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클래식을 접할 수 있을 것이고, 예술가들이 서로 상생하는 환경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해요. 여러 단체가 자생력이 생기면 예술가 한 명만 발전하는 게 아니라 많은 예술가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이렇게 예술가들은 자신의 능력을 지속적으로 계발하고, 관객은 그로 인해 즐거움을 얻을 수 있게 하고 싶어요. 그동안 대중들에게 클래식은 어려운 음악, 무언가 대단한 음악처럼 느껴졌다면, 저희의 활동이 그런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또한 저희가 클래식을 향유하기 어려운 분들에게 직접 찾아가는 공연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더욱 많은 분들이 클래식을 접하게 되었으면 해요. 또한 오르아트라는 저희의 브랜드를 널리 알려서, 다른 예술가들에게 우리가 좋은 사례로 인식되었으면 좋겠어요. 예술가라고 하면 소극적이고, 한 가지 일밖에 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연주를 하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을 기획해야 하고, 직접 실행에 옮겨야 하는 등 여러 가지 단계에 다 관여해야 하기 때문에, 예술가 한 명 한 명이 다 일종의 사업자라고 생각해요. 저희가 연주자 출신이지만 저희 스스로 기획, 홍보, 디자인, 개발 등을 모두 하듯이, 다른 예술가들도 이를 보고 용기를 얻어 자신의 끼를 펼치는 다양한 시도를 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렇게 예술가들이 자신의 능력과 개성을 맘껏 펼칠 수 있도록 저희 회사가 도움을 주고 싶어요. 이렇게 예술가와 함께 상생하고, 대중과 소통하며 건강한 클래식 음악계를 만들어 나가고자 해요. 오르아트 https://www.orartclassic.com/글 박진희 인턴 리포터 사진 오르아트 제공[출처] 대중과 소통하는 '콘텐츠형' 클래식, 오르아트|작성자 WCO KOREA